[부자동네타임즈=이현석 기자] 미 국방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잠재적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핵무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미 NBC가 8월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역 전쟁 발발 시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장거리 전략 핵무기 대신, 실제로 주요 표적을 향해 발사할 수 있는 단거리 전술핵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핵전략을 다시 짜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방 정책의 실질적 입안자인 엘브리지 콜비 정책 담당 차관이 주도하고 있는데, 실제로 채택될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차관은 지난 3월3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 등에 재래식 방위책임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콜비는 이날 네브레스카주(州) 오마하의 전략사령부(STRATCOM)에서 열린 ’2026 억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비공개로 연설을 했다.
전략사령부는 미국의 전세계 핵전력 운용, 전략적 억제, 우주·사이버 공간 방어를 총괄하는 핵심 기능전투사령부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에 ‘확장 억제(핵우산)’ 능력을 제공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콜비가 제안한 새 핵전략이 미국의 동맹국들이 역내 전쟁에서 중국·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시나리오에 대처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언론에 “신뢰할 수 있는 핵 옵션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며 이번 전략이 선택지를 넓혀 억지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술핵은 적군의 직결부대, 기지 등 제한된 특정 표적을 공격해 전장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는 무기다. 그에 반해 전략핵은 대규모 위력을 내세워 전쟁 자체를 끝내거나 국가를 파멸시키는 무기로 차별화된다. 콜비는 수도와 같은 전체 도시보다 전장(戰場)의 특정한 소규모 표적을 겨냥하는 소형 단거리 탄두를 장착한 전술핵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
장거리 전략 무기가 적국의 핵전력을 파괴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될 것으로 여겨지지 않아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우방국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속 국내에서 핵무장 주장이 나올 때마다 ‘미국이 서울을 위해 과연 로스앤젤레스(LA)를 희생할 수 있냐’는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주한미군은 1958~1991년 전술 핵무기를 운용했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이를 전면 철수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확장 억제가 신뢰받기를 원한다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상식적인 생각이 들 정도의 핵전력을 해당 국가의 정치 지도부에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전술핵을 더 강조하면 핵무기 사용 문턱이 낮아져 재래식 전쟁에서 핵이 사용될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장거리 핵무기를 배치해야 하는 시나리오에서 미 대통령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해 대비 태세가 더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콜비는 지난해 국방 전략(NDS) 등을 새로 쓰면서 의회와 적잖은 갈등을 겪었는데, 한 의회 고위 인사는 “핵 억지력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표된 입장과는 아주 많이 동떨어진 연구”라고 했다.
콜비 "韓, 재래식 방위 담당 합의“
앞서 콜비 차관은 지난 3월3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개최한 국방전략(NDS) 관련 청문회에서 유럽과 한국 등에 해당 지역에 대한 재래식 방위책임을 담당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비 차관은 "부유한 유럽 동맹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지역에 대한) 재래식 방위를 주도하는 '나토 3.0' 모델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반도에서도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에 대해 이와 같은 조치(재래식 방위 담당)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과 한국 등 동맹국들은 모두 이에 동의했고, 이런 방향에 맞춰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이제는 동맹국이 이를 잘 수행하도록 돕고 이런 전환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실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공개된 NDS는 북한에 대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지만, 예전처럼 북한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콜비 차관은 러시아나 북한에 대한 억지력 약화를 시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의 기본 구조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우리(미국)의 전반적 전략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 및 북한의 핵 위협을 "주요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위협이 커질수록 동맹국과의 방위 분담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콜비 차관은 이어 지난 1월 말 차관 취임 이후 첫 방문 외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점을 거론하며 “그들(한국)이 북한에 대한 주요 재래식 책임을 맡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이들(러시아와 북핵 위협)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그들이 주도권을 쥐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韓美) 양국은 지난해 국방부 장관급 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전시작전권을 한국이 다시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교감을 이뤘다. 다만 구체적인 전작권 전환의 시점은 한국의 '준비 태세'에 대한 평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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